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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치매 관리

뉴질랜드의 치매 친화적 돌봄

by 사람 향기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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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친화적 커뮤니티란 무엇인가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Dementia-Friendly Community)는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이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전체가 인식 개선, 물리적 환경 개선, 서비스 개선에 나서는 통합적인 지역 모델이다. 치매 환자가 단순히 '보살핌의 대상'이 아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커뮤니티의 핵심은 치매에 대한 두려움과 낙인을 줄이고, 환자들이 겪는 불편을 사회 전체가 함께 인지하며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통해 치매 환자는 자신의 집에서,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과 함께 가능한 오래도록 생활할 수 있으며, 간병인도 지역사회로부터 지지와 연대를 경험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여 2014년부터 전국적 전략으로 확산시키고 있으며, 정부, 지역 단체, 비영리 기관, 시민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2014년부터 치매 행동 계획(Dementia Action Plan)의 일환으로 이 개념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고 있으며, 전국 주요 도시와 지방 자치 단체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뉴질랜드가 왜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를 추구하는가

뉴질랜드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동시에, 마오리, 파시피카, 아시아계 이민자 등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다. 이런 복합적인 특성은 획일화된 요양시설이나 재가 서비스만으로는 치매 환자 모두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역에서 나이 들기(Ageing in Place)'는 뉴질랜드 보건부가 추진하는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치매 환자가 요양원이나 병원에 입소하지 않고도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가능한 오랫동안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상점, 도서관, 병원, 교통 등 일상 인프라가 치매 환자 친화적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주민과 서비스 제공자의 치매 인식 수준도 향상되어야 한다.

다문화 사회인 뉴질랜드에서는 특히 문화적 민감성을 반영한 커뮤니티 설계가 필수다. 예를 들어, 파시피카 공동체의 경우 가족 중심 돌봄이 강하므로 가족 지원 중심의 프로그램이 요구되며, 한국, 중국계 이민자의 경우 언어 접근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처럼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는 단순히 시설이나 물리적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이해와 사회적 포용을 전제로 해야 한다.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를 위한 핵심 구성 요소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구조가 치매 환자의 생활에 적합하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뉴질랜드는 다음과 같은 핵심 구성 요소를 중심으로 지역단위 실행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 공공시설의 인지 친화적 설계: 치매 환자는 방향 감각이 떨어지고 시각 정보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고려해 공공 도서관, 병원, 복지센터 등의 표지판을 단순화하고, 명확한 색상 대비, 상징 아이콘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화장실, 엘리베이터, 출입구 등 주요 시설에는 시각적 단서와 반복적 안내가 함께 제공된다.
  • 대중교통 접근성 향상: 치매 환자도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 기차 등 운전기사에게 치매 인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노선 내 음성 및 시각적 알림 시스템, 환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정류장 명칭 사용 등 세부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치매 환자 보호자에게 무료 동반 이용권을 제공하는 제도도 시범 도입 중이다.
  • 상점 및 은행과의 협력: 치매 친화적 비즈니스 인증을 도입해, 상점, 식당, 약국, 은행 등이 치매 환자에게 적절한 응대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반복적 질문이나 계산 오류 등 치매 특유의 행동을 이해하고, 비난이나 경고 없이 따뜻한 서비스 제공을 유도한다.
  • 학교와 지역단체의 연계: 청소년들은 치매에 대한 편견을 가장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세대다. 지역 고등학교, 대학과 협력해 치매 교육 및 봉사활동을 운영하며, 치매 환자와의 인터뷰, 공동 활동을 통해 세대 간 이해와 감수성을 높인다. 이는 장기적으로 치매 친화 사회의 문화적 토대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이는 환자가 소비자로서 자존감을 유지하게 만든다.
  • 학교와 지역단체의 연계: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치매에 대해 학습하고, 지역 요양기관과 교류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장려한다. 이는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치매에 대한 낙인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실제 지역 사례 – 뉴질랜드의 현장 적용

  • 웰링턴 치매 친화 지역 프로젝트: 지역 카운실이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지역 비즈니스, 공공기관, 주민이 함께 치매 환자를 위한 물리적·사회적 환경 개선에 참여한 대표 사례다. 50개 이상의 지역 상점이 치매 인식 교육을 수료했고, 시립 도서관은 치매 환자 맞춤 도서 코너를 마련했다.
  • 크라이스트처치의 커뮤니티 걷기 프로그램: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참여하는 '메모리 워크(Memory Walk)' 코스를 조성하고, 중간중간 과거 도시 사진이나 회상 유도 구조물을 설치해 인지 자극과 운동을 결합한 돌봄 방식을 실현하고 있다.

기대 효과와 과제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는 개인, 가족, 지역사회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치매 환자의 자율성과 삶의 질 향상: 커뮤니티 전반이 치매 친화적으로 변화하면, 환자가 일상적인 활동(장보기, 산책, 공공기관 방문 등)을 더 오래, 더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자존감 유지와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 가족 및 간병인의 부담 완화: 치매 환자가 스스로 지역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늘어날수록, 간병인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줄어든다. 이는 장기적인 간병 지속 가능성과 가족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
  • 사회적 낙인 해소 및 포용 문화 조성: 치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면, 환자와 가족이 느끼는 사회적 고립감과 수치심이 줄어든다. 이는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정신적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적인 과제가 존재한다. 예산 부족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 운영되는 프로젝트가 많고, 실행 주체 간의 정보 공유 및 협력이 미흡한 경우도 있다. 또한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한 커뮤니티 디자인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이민자 언어 접근성, 지역 간 서비스 격차 등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뉴질랜드의 치매 친화적 돌봄

모두를 위한 환경, 모두가 만드는 변화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는 단지 치매 환자만을 위한 환경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모든 사람이 나이 들며 존엄을 유지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의 모습이다. 뉴질랜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 지역사회, 시민 모두가 연대하며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 구축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함께 협력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다양한 공동체에 맞춘 실행 전략을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다.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는 단순한 복지 개념을 넘어서,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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