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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치매 관리

창의적 치매 돌봄에 대한 뉴질랜드의 대안적 접근

by 사람 향기 202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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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창의적인 치매 돌봄이 필요한가

치매는 기억력과 사고력의 저하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 자아 정체성, 사회적 관계의 단절 등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약물 치료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환자의 전인적 회복에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감정적 위축과 삶의 의미 상실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창의적 돌봄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치매 환자가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가치를 느끼게 하기 위한 통합적 접근 방식이다. 음악, 예술, 운동과 같은 활동은 인지 자극과 신체 활성화는 물론,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교류를 촉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뉴질랜드는 이러한 접근을 제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정부와 지역 커뮤니티, 비영리단체들이 연계해 창의적 돌봄을 치매 관리의 핵심 축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는 돌봄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여전히 표현하고 참여하는 존재로 환자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음악을 통한 기억 자극과 정서적 회복

음악은 기억과 감정에 깊이 연결된 자극 요소로, 특히 장기기억과 감정기억을 유지하고 있는 치매 환자에게 효과적인 비약물 치료 수단으로 활용된다. 뉴질랜드에서는 음악을 통해 치매 환자의 정서 안정을 돕고, 과거 경험과 연결 지점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 개인 맞춤형 음악 플레이리스트: 환자의 청년기 또는 중요한 생애 주기에 즐겨 들었던 곡을 중심으로 구성된 음악은 강력한 회상 효과를 일으킨다. 이러한 플레이리스트는 요양원뿐 아니라 재가 돌봄 환경에서도 활용되며, 환자가 음악에 따라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 공동 노래 부르기 세션(Sing-along): 환자들이 함께 앉아 익숙한 곡을 부르며 리듬을 맞추는 활동은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언어 능력이 저하된 환자에게도 언어 외적인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손뼉 치기, 리듬 따라 하기, 손뼉 치기 등은 신체 운동 효과도 동시에 발생시킨다.
  • 음악 치료사(Music Therapist)의 전문 개입: 음악 치료사는 환자의 감정 상태를 음악을 통해 읽고, 악기 연주나 즉흥적인 소리 만들기 등을 통해 환자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고, 스트레스 감소 및 안정감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미술과 창작 활동 – 자기 표현과 정체성 회복

치매 환자는 언어적 표현력이 감소함에 따라 자신을 설명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미술은 언어 대신 감정과 기억을 표현할 수 있는 대체 도구로서,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 회상 중심 미술 프로그램(Reminiscent Art): 어린 시절의 집, 결혼식, 자녀와의 추억 등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상을 유도하고, 개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이는 환자에게 자부심과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 공공 예술 프로젝트 참여: 지역 커뮤니티 벽화 제작, 다문화 축제 참여, 지역 갤러리 전시에 치매 환자의 작품을 전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환자는 사회 속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얻는다. 이는 외부로부터의 인정과 존중을 체감하게 해주는 중요한 기회다.
  • 비판단적 창작 환경 조성: 작품의 완성도를 평가하지 않고, 창작 과정에서 환자의 감정이나 시선에 집중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참여율을 높이며, 결과보다 표현 자체에 의미를 둔다.

신체 활동 – 운동을 통한 인지 및 신체 기능 유지

치매는 신체 기능 약화와 낙상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운동을 통한 기능 유지와 심리적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뉴질랜드는 신체 활동을 창의적 돌봄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인식하고,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 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치매 맞춤 요가 및 태극권: 부드럽고 느린 움직임은 치매 환자에게 부담이 적고, 호흡과 근육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요가 동작은 균형감각 유지에 도움이 되며, 태극권은 집중력과 조절력 향상에도 기여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종교나 문화적 배경과 무관하게 폭넓게 적용 가능하다.
  • 무용과 리듬 운동: 간단한 스텝, 박자에 맞춰 팔을 흔들기, 전신으로 리듬을 표현하는 활동은 뇌와 몸의 연결성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에너지를 방출하고,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외부로 표출하는 기회를 얻는다.
  • 실외 산책 및 정원 돌보기: 자연 속에서의 활동은 공간 인식력과 방향 감각 유지에 도움이 되며, 햇빛과 자연의 감각 자극은 우울감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정원에서의 잡초 제거, 화분 가꾸기, 물 주기 등은 손의 소근육을 자극하고 일상감각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실제 사례 – 뉴질랜드 창의적 돌봄 현장

  • Dementia Auckland의 ‘창의적 월요일(Creative Mondays)’: 매주 지역 커뮤니티 센터에서 열리는 창의 활동 세션으로, 그림 그리기, 클레이 아트, 간단한 연극 활동 등이 통합되어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작품을 나누며 공동체 일원으로 소속감을 느낀다.
  • Southern DHB와 협력한 음악 치료 모델: 뉴질랜드 남부 보건청은 전문 음악 치료사와 협력해, 병원 내 치매 병동에서 맞춤형 음악 세션을 정례화하고 있으며, 가족 참여형 음악 활동도 포함된다.
  • Hamilton의 '예술을 통한 회상(Words & Paint)' 프로그램: 그림과 시를 결합해 자신의 삶을 시각·언어적으로 표현하도록 돕는 활동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한 테마로 구성돼 이민자 환자에게도 효과적이다.

삶을 다시 느끼게 하는 창의적 돌봄

치매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병이지만, 감정과 감각은 끝까지 살아 있는 경우가 많다. 뉴질랜드의 창의적 치매 돌봄은 바로 이 지점을 자극해 환자의 '남은 능력'을 최대한 존중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삶의 의미를 회복시키는 접근이다.

음악, 예술, 운동은 언어를 뛰어넘어 인간의 본능과 직접 연결되는 매개다. 이를 통해 환자는 더 이상 '치매 환자'가 아닌, 여전히 창조하고 표현하는 존재로 존중받는다. 이러한 창의적 접근은 단지 돌봄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존엄한 삶을 지속하는 또 하나의 길임을 뉴질랜드는 실천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창의적 치매 돌봄에 대한 뉴질랜드의 대안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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