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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치매 관리

카운실 주도의 치매 지원 프로그램 – 실제 운영 사례

by 사람 향기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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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치매를 돌본다: 중앙정부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치매 돌봄은 단순한 의료 문제를 넘어 주거, 교통, 커뮤니티, 문화적 이해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과제다. 뉴질랜드는 중앙정부의 보건정책 외에도 지방자치단체(카운실, Council)가 치매 관리에 깊이 관여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단지 예산 분담이나 행정 협조 수준이 아니다. 카운실은 지역 주민의 일상 가까이에서, 생활 기반 중심의 치매 대응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뉴질랜드 각 지역의 카운실이 어떤 방식으로 치매 환자, 간병인,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살펴본다.

카운실의 치매 친화 도시 만들기 – 인식 개선과 환경 설계

뉴질랜드 카운실은 치매 친화적 도시(Dementia-Friendly City) 조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단지 시설 몇 곳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인식과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해밀턴 시는 카운실 주도로 전 공무원에게 치매 이해 교육을 시행했고, 시청 민원 창구에는 인지장애 고객을 위한 전용 응대 시스템을 도입했다. 치매 환자가 헷갈리기 쉬운 표지판은 단순한 글자 대신 색상과 그림 중심으로 개편됐다.

공공 도서관에서는 기억 회상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해당 프로그램에는 젊은 조기 치매 환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연령 제한 없이 운영된다.

일상에 녹아든 공공 인프라 – 교통, 공원, 커뮤니티 센터

많은 치매 환자들이 외출을 주저하거나 두려워하는 이유는 낯선 환경과 길 잃음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카운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공공시설을 치매 친화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 교통 인프라: 일부 시티카운실은 버스 기사들에게 치매 환자 식별 훈련을 제공하고, 노선 안내 표지를 간단한 문장과 그림으로 병기한다.
  • 공원 설계: 공공공원에는 환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동선에 반복되는 색상 안내가 배치되고, 의자와 응급벨이 설치된다.
  • 커뮤니티 센터: 지역 센터에서는 주간 프로그램(월~금)을 운영하며, 운동, 예술, 요리 등 다양한 활동이 연령과 인지 수준에 따라 분류된다.

예를 들어 크라이스트처치 시티카운실은 청년 치매 환자들을 위한 디지털 사진 교실을 운영하며, 사진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여기에는 지역 청소년 자원봉사자도 함께 참여해 세대 간 연결도 이루어진다.

청년 치매 환자도 함께하는 지역사회 프로그램

기존 치매 프로그램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지만, 뉴질랜드 카운실은 조기 발병 치매 환자를 위한 특화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 웰링턴 시티카운실은 청년 환자들을 위한 도시탐방 동아리를 지원한다. 이 활동은 도시의 역사 명소를 걷는 산책 프로그램으로, 단순한 운동을 넘어 기억 자극, 사회 연결, 정보 나눔의 장이 된다.
  • 타우랑가 카운실은 청년 치매 환자와 간병인을 위한 공용 워크숍을 개최해 요가, 식단 구성, 감정 표현법 등을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커뮤니티 기반 돌봄을 실현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정부 차원에서 연령 통합적 시선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앞서 있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간병인을 위한 카운실 중심 지원 시스템

치매 환자 못지않게 중요한 존재는 바로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이다. 특히 가족 간병인은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크지만,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뉴질랜드의 여러 카운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병인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운영한다.

  • 간병인 리프레시 데이: 커뮤니티 센터에서 하루 동안 간병인을 위한 휴식, 네트워킹, 심리 상담 프로그램 제공
  • 카운실 간병인 뉴스레터: 유익한 정보, 혜택, 스트레스 관리법, 환자 변화 대응 팁 등을 정기적으로 발송
  • 자원봉사 매칭 프로그램: 단기 대체 간병인을 지역 봉사자와 연결해 간병인이 외출하거나 일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

이런 서비스는 단지 실용적 도움이 아니라 간병인도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감각을 전달한다.

지역 행정이 바꾸는 돌봄의 풍경

치매 환자를 위한 돌봄이란 단지 병을 관리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일상, 기억, 정체성을 공동체가 함께 지켜나가는 작업이다. 뉴질랜드의 카운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지역 행정은 단순한 복지 행정의 전달자가 아니라, 실제 삶의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정책 실현자다. 카운실은 지역 주민의 삶의 방식, 문화, 언어, 경제적 현실까지 고려해 정책을 유연하게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다. 치매 돌봄 역시 중앙정부 차원의 큰 틀만으로는 어려운 이유다.

예를 들어, 마오리 공동체가 밀집한 일부 지역에서는 치매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 다르고, 가족 중심 돌봄이 더욱 중시된다. 해당 지역 카운실은 Whānau 중심 접근법을 바탕으로 가족 단위 프로그램과 지역 원주민 간병인 양성 과정을 도입했다. 이는 치매 환자뿐 아니라 돌보는 가족에게도 문화적으로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농어촌 지역의 카운실은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이동형 치매 지원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이 차량은 인지검사, 상담, 기본 간병 교육 등을 제공하며, 지역 센터와 연계된 일정을 통해 정기적으로 커뮤니티를 방문한다.

지역 행정이 치매 대응을 주도함으로써 달라지는 점은 다음과 같다:

  • 중앙정부보다 빠르게 실시간 피드백 반영
  • 지역 자원, 시설, 봉사자와의 긴밀한 연계
  • 그 지역의 문화, 언어, 인구 특성에 맞춘 맞춤형 설계
  • 주민 스스로가 치매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 강화

이는 단지 제도의 성공이 아니라, 사회가 얼마나 유연하고 포용적인지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카운실 주도의 치매 지원 프로그램 – 실제 운영 사례

모두가 연결된 치매 돌봄의 미래

뉴질랜드의 치매 정책은 단순한 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삶 중심, 지역 중심, 사람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중심에 카운실이 있다는 점은, 우리가 돌봄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게 만든다.

한 도시의 공원 벤치, 도서관의 안내 문구, 버스기사의 눈빛 하나까지가 치매 환자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돌봄은 더 이상 특정인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이 공동체의 일부로서,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환경을 만들어갈 책임이 있다. 그리고 뉴질랜드의 카운실은 그 역할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실현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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