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대응의 실질적 연결고리
뉴질랜드의 치매 관리 정책은 정부 중심으로 수립되지만, 그 실행의 최전선에는 민간과 비영리 단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기관이 바로 'Dementia New Zealand(DNZ)'다. 이 단체는 단순한 자선기관을 넘어, 치매를 겪는 사람들과 그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 전체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지원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정보 제공, 교육, 돌봄 연계, 정책 참여까지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 기반 네트워크의 힘
DNZ는 중앙 조직 외에도 각 지역별로 운영되는 'Dementia Auckland', 'Dementia Wellington', 'Dementia Canterbury' 등의 지부를 통해 지역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단순히 같은 브랜드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해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구조다.
- 지역 거점 센터 운영: 방문 상담, 가족 모임, 자조모임 공간 제공
- 전화 및 온라인 헬프라인: 초기 진단 후 혼란을 겪는 가족 대상 정보 안내
- 무료 커뮤니티 세미나 및 교육: 일반인, 의료진, 공공기관 대상 인식 개선 교육 실시
이러한 네트워크 구조는 치매를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대응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게 만들며, 단순한 '의료적 관리'를 넘어 '삶의 돌봄'으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가족 간병인을 위한 실질적 지원
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돌봄은 종종 가족이 제공하게 된다. 특히 초기 진단 이후부터 요양 시설 입소 전까지의 시기에는 대부분 가족 간병인에 의존하게 되며, 이들의 정신적 피로와 정보 부족은 돌봄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DNZ는 이들의 심리적, 실질적 부담을 덜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정기적인 'Care Partner Group': 같은 경험을 하는 간병인들끼리 모여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고, 지역별 정보나 실제 돌봄 팁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일부 그룹은 온라인으로도 운영되어 시공간 제약을 최소화한다.
- 일시적 간병 지원 서비스 연계: 단기간 외출이나 업무로 인해 돌봄이 어려울 경우, 임시 돌봄 인력을 연결해 주는 시스템. 이를 통해 간병인이 잠시라도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 감정 소진 예방을 위한 상담 및 워크숍: 전문 심리상담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간병인의 정체성 회복, 스트레스 관리, 자기 돌봄 전략 등을 제공한다. 이는 장기 간병으로 인한 번아웃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지원은 간병인을 단순한 '돕는 사람'이 아닌 '돌봄의 주체'로 인정하고 강화하는 구조로, 간병인의 회복력이 환자의 삶의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접근이다.
청년 및 비전형 치매 환자를 위한 활동
DNZ는 전통적인 노년층 중심의 케어에서 벗어나, 청년 치매(Young-Onset Dementia)나 비전형 치매 유형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인식과 지원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60세 미만에 발병하는 치매는 일상생활 유지뿐만 아니라 직장, 가정, 사회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해당 그룹을 위한 별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 청년 치매 환자를 위한 사회참여형 프로그램 운영: 미술, 음악, 사진, 영상 제작 등 자율 표현 중심의 활동을 통해 정체성 유지와 정서적 자율감을 돕는다. 일부 프로그램은 지역 청년 예술가와 협업해 창의적인 커뮤니티 프로젝트로도 확장된다.
- 직장 연계형 워크숍: 진단 후 퇴직을 고민하는 환자나 고용주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유연 근무제와 잔존 능력 활용을 장려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 독립생활 기반 모델 실험: 가족 돌봄에 의존하지 않고, 청년 환자들이 공동주거 또는 커뮤니티 기반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운영한다. 이는 특히 독신 청년이나 가족이 없는 환자에게 중요한 대안이 된다.
- 문화적 소수자를 위한 자료 제작: 영어 외에도 마오리어, 사모아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치매 안내 자료를 제작해 정보의 장벽을 낮추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치매가 단지 노인의 질환이라는 편견을 깨고, 다양한 삶의 형태와 연령에 맞는 돌봄 체계를 확립하는 데 기여한다.
정부와의 협업과 정책 제안
DNZ는 단순히 현장 돌봄을 실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치매 관련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정부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뉴질랜드 보건부의 'Dementia Mate Wareware Action Plan 2020–2030' 수립 당시, DNZ는 실제 치매 환자와 간병인의 목소리를 수렴해 이를 정책 초안에 반영하도록 도왔다.
이 외에도 DNZ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정부와 협업 중이다:
- 보건부와의 정기 자문회의 참여: 정책 수립 전 단계에서 의견 제출, 법적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제안서 제출
- 지역 보건위원회 및 카운실과 협력해 간병인 교육 예산 및 프로그램 배정 제안
- 농어촌 지역에서의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이동형 서비스 모델 파일럿 제안 및 실행
- 문화적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브리핑 세션 주관: 다문화 공동체가 겪는 정보 접근 격차와 의료 불신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제시
이처럼 DNZ는 단체 자체의 활동을 넘어서서, 국가 전반의 치매 대응 체계를 더욱 포용적이고 현실적으로 만드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Dementia New Zealand'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에서 더 나아가, 치매를 둘러싼 인식과 구조를 바꾸는 '변화의 촉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중심으로 활동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디지털 접근성 강화: 온라인 자조모임, 원격 인지훈련 도입
- 다문화 통합 돌봄 체계 개발
- 치매 환자의 권리 보호와 윤리적 돌봄 기준 확립
뉴질랜드 전역에서 치매 환자와 가족이 단절되지 않고 연결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실천. 그것이 바로 'Dementia New Zealand'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갈 사명이다.
'뉴질랜드 치매 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매 환자를 위한 주거환경 설계 가이드 – 집, 시설, 지역 기반 접근 (0) | 2025.04.27 |
---|---|
전 연령층을 위한 치매 예방 생활 가이드 – 뉴질랜드형 웰빙 전략 (0) | 2025.04.26 |
조기 진단을 위한 뉴질랜드의 치매 선별 및 평가 시스템 (1) | 2025.04.26 |
뉴질랜드 공공 vs 민간 치매 케어 시설 비교 – 비용, 서비스, 만족도 (0) | 2025.04.25 |
뉴질랜드 치매 케어 시설의 운영 방식 – 연령별 맞춤 접근 (2) | 2025.04.23 |
카운실 주도의 치매 지원 프로그램 – 실제 운영 사례 (0) | 2025.04.22 |
지역사회 중심 치매 돌봄 모델 – ‘지역에서 나이 들기(Ageing in Place)’란? (0) | 2025.04.22 |
뉴질랜드 보건부의 치매 정책 전략(2020~2030) 분석– ‘Dementia Mate Wareware Action Plan’의 핵심 내용과 실행 방식 (0) | 2025.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