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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치매 관리

뉴질랜드 보건부의 치매 정책 전략(2020~2030) 분석– ‘Dementia Mate Wareware Action Plan’의 핵심 내용과 실행 방식

by 사람 향기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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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행동 없는 전략은 아무 의미가 없다

치매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의료, 복지, 주거, 노동, 돌봄, 심리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복합적인 대책이 요구되며,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국가 치매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2020년, 자국의 문화와 사회 구조에 맞는 포괄적 대응책인 **‘Dementia Mate Wareware Action Plan(치매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단순히 질병 대응이 아니라 치매 환자의 삶의 질과 가족·공동체의 회복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이다.

이 글에서는 뉴질랜드 보건부가 제시한 이 행동 계획의 핵심 목표, 실행 전략, 그리고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본다.


본론: 행동 계획의 4대 영역과 8가지 전략

‘Dementia Mate Wareware Action Plan 2020–2030’은 크게 4가지 핵심 영역에서 정책을 실현하고자 한다. 각각은 다시 **8가지 구체적 전략(goal)**으로 세분화된다. 여기에는 뉴질랜드 사회의 특수성, 문화적 다양성, 공공의료 기반 등이 모두 반영돼 있다.


1. 치매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오랫동안,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전략 1: 조기 진단 및 정보 접근성 확대
    일반의(GP) 수준에서 인지 문제를 신속히 포착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환자와 가족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이를 위해 **기억 클리닉(Memory Assessment Clinics)**과 인지검사 교육을 받은 의료진 양성이 병행된다.
  • 전략 2: 개인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 제공
    환자 개개인의 상황(언어, 문화, 건강 상태, 경제력 등)에 따라 돌봄 내용, 방식, 자원을 유연하게 배정한다. Needs Assessment 절차를 강화하고, **돌봄 경로(Navigation Services)**를 정비한다.

2. 간병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 확대

치매는 단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 특히 **비공식 간병자들(informal carers)**의 부담이 클수록 돌봄 시스템은 쉽게 붕괴된다.

  • 전략 3: 간병인을 위한 정보, 교육, 휴식 기회 보장
    간병 가족을 대상으로 한 간병자 지원 수당(Carer Support Subsidy), 교육 세미나, 정서 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또한 간병자의 소진(Burnout) 방지를 위한 리프레시 서비스 및 주간 센터 운영이 강조된다.
  • 전략 4: 간병자 권익 보호와 사회적 인정 확대
    간병 활동이 ‘비공식 노동’으로만 인식되지 않도록, 사회적 기여로 인정하고 정책적 보호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를 위해 보건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정이 포함됐다.

3.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 조성

치매 환자가 병원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 오래도록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전략 5: 지역 커뮤니티의 인식 개선과 참여 유도
    공공기관, 상점, 대중교통 종사자, 이웃 등 지역 구성원이 치매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대표적 캠페인은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 만들기(Dementia-Friendly Communities)’**이다.
  • 전략 6: 마오리 및 소수 민족 중심의 맞춤형 접근
    특히 마오리 커뮤니티와 파시피카(태평양계 이민자), 아시아계 주민들이 자신의 문화와 언어에 맞춘 치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Whānau Ora’ 접근법(가족 중심 건강지원 방식)이 이 전략에 포함된다.

4.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

정책은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뉴질랜드는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 전략 7: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과 모니터링 강화
    치매 환자 수, 돌봄 형태, 가족 상황 등에 대한 전국 단위 데이터 수집과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여, 실제 상황에 맞는 정책 조정을 가능하게 한다.
  • 전략 8: 전 영역 협업 구조 형성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NGO, 민간 의료기관, 연구소 등이 수평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책임을 공유한다.

실행 방식: 단순 지침이 아닌, 공동 설계의 힘

이 계획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정책 수립 과정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공동 참여했다는 점이다. 정부 관료뿐 아니라, 치매 환자 본인, 간병 가족, 마오리 원주민 대표, 치매 전문가, 지역 비영리 단체 등이 함께 초안을 만들고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덕분에 정책 문서가 현실에서 실행 가능한 내용으로 구성되었고, 각 집행기관이 실제 삶에 밀착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자체에서는 자율적으로 치매 친화적 상점 인증 제도를 도입하거나, 이동형 치매 검진 차량을 운영하는 등 지역 특성에 맞춘 창의적인 방식들이 파생되고 있다.

뉴질랜드 보건부의 치매 정책 전략(2020~2030) 분석


결론: 뉴질랜드식 ‘치매 존엄 사회’의 설계도

‘Dementia Mate Wareware Action Plan’은 단지 하나의 보건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과 그 가족, 지역 사회 전체가 어떻게 존중받고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 설계도에 가깝다.

뉴질랜드는 이 전략을 통해 “치매가 있어도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며, 의료와 돌봄의 통합, 문화적 포용, 사람 중심의 서비스 설계를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했다. 그 결과 치매 환자와 가족이 겪는 심리적 불안감은 줄어들고, 사회 전체가 함께 문제를 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 전략은 단지 뉴질랜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는 한국 사회에도 깊은 시사점을 던진다.
“치매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이며, 그 대응은 우리 사회의 품격을 보여주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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