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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치매 관리

뉴질랜드의 치매 관리 개요 – 국가 차원의 접근 방식

by 사람 향기 2025.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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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치매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시대의 과제가 되었다

치매는 더 이상 노년기 일부에서만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치매는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국가 차원의 복지와 의료 시스템이 함께 다뤄야 할 필수 과제가 되었다. 뉴질랜드 역시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치매 인구 증가에 대한 대응을 국가적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에는 약 7만 명 이상의 치매 환자가 있으며, 이는 2050년까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는 단순한 치료 중심의 의료 접근이 아닌, 예방부터 돌봄, 커뮤니티 기반의 관리까지 전 영역을 포괄하는 전략을 개발했다.

이 글에서는 뉴질랜드의 치매 대응 체계를 국가 차원의 시각에서 조망하며, 이들이 어떻게 치매를 관리하고 예방하는지, 또한 어떤 방식으로 환자와 가족, 그리고 지역 사회를 하나로 연결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뉴질랜드의 치매 관리 개요 – 국가 차원의 접근 방식


본론: 뉴질랜드식 치매 관리의 3대 핵심 축

1. 국가 치매 행동 계획 – ‘Dementia Mate Wareware Action Plan’

뉴질랜드 보건부는 2020년, 여러 치매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국가 치매 행동 계획인 **‘Dementia Mate Wareware Action Plan’**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지속될 중장기 로드맵으로, 치매를 겪는 모든 사람이 존엄과 자율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5가지 전략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 조기 진단 및 접근성 향상: GP(일차 진료의)를 통한 초기 평가 체계 확대
  • 치매 친화적 사회 조성: 공공시설, 교통, 커뮤니티 전반에서 치매 환자 수용 기반 마련
  • 가족과 간병인을 위한 지원 강화: 교육, 상담, 휴식 기회 제공
  • 문화적으로 안전한 환경 조성: 마오리, 파시피카, 아시아계 등 다양한 커뮤니티의 문화 존중
  • 기술과 정보 공유 체계 강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환자 맞춤형 관리

이 계획의 차별점은 단지 제도적 틀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중심에 둔 통합적이고 실행 가능한 전략이라는 점이다.

2. 공공의료 기반의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공공의료 시스템을 갖춘 나라다. 보건부(Ministry of Health)와 지방 보건위원회(DHB, 현재는 Health NZ로 통합 운영됨)가 협력하여 전국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치매 관리 역시 이 시스템에 통합돼 있다.

일차 진료의(GP)를 통한 무료 또는 저렴한 초기 검진, 기억 클리닉(Memory Clinic)을 통한 전문 진단, 재택 치료와 요양시설 사이의 연계까지 환자의 상황에 맞춘 서비스를 지원한다. 특히 **‘Needs Assessment’**라는 제도를 통해 각 환자의 상태와 가족 여건에 따라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이 절차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주간 보호센터(Day Centre) 이용
  • 가사 도우미 및 식사 배달 서비스
  • 방문 간병 서비스(Home Support)
  • 간병인을 위한 수당(Carer Support Subsidy) 및 휴식 프로그램
  • 장기 요양시설 입소 상담 및 배정

이처럼 공공 의료 시스템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경제적 이유로 적절한 치매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교적 드물다.

3. 지역 커뮤니티와 시민 중심의 치매 돌봄 생태계

뉴질랜드가 다른 국가와 차별화되는 점 중 하나는 바로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 돌봄 모델’**이다. 정부 주도의 정책과 병원 중심 치료를 넘어서, 시민들과 비영리 단체, 자원봉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풀뿌리형 케어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다음과 같은 기관들이 있다:

  • Dementia New Zealand: 전국 7개 지부에서 치매 환자 상담, 교육,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
  • Alzheimers NZ: 가족 간병인을 위한 정서 지원, 환자와 함께하는 활동 프로그램 제공
  •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 조성 프로젝트: 상점, 도서관, 교회, 버스 기사 등 지역 구성원이 치매 이해 교육을 받고 대응력을 기르는 캠페인 운영

이러한 구조는 환자들이 병원이 아닌 익숙한 지역 안에서 더 오래,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뉴질랜드 정부는 요양원 입소보다 **‘지역에서 나이 들기(Ageing in Place)’**를 더 선호하며, 이에 필요한 서비스를 적극 확충하고 있고 배워야 할 점이다.


결론: 치매 관리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뉴질랜드

뉴질랜드의 치매 관리 방식은 단순히 의료·복지 제도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람 중심의 접근, 지역과 문화에 뿌리내린 돌봄, 공공과 민간의 협업이 조화된 총체적인 사회적 노력이다.

특히 **‘치매에 걸려도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은 뉴질랜드 치매 정책의 중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제도는 물론, 사람들의 태도와 문화가 함께 바뀌어가는 점에서 뉴질랜드의 치매 관리 시스템은 많은 국가에 깊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제 우리는 질문할 수 있다. 한국은 어떤 치매 관리 체계를 지향하고 있는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치매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 시리즈의 다음 글에서는 뉴질랜드 치매 정책의 핵심 문서인 Dementia Mate Wareware Action Plan(2020~2030)의 구체적 내용과 실행 전략을 살펴보며, 이 질문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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